2021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

시니어예술학교 <그림은 뷰티풀 인생은 칼라풀>

 

매주 화요일 오후, 서귀포의 덕판배 창작공간에서는 지역 노년시민들이 모여 그림을 그립니다. 덕판배 창작공간은 서귀포시 칠십리공원 안에 위치한 작은 창작공간인데요. 서귀포지역을 중심으로 사회문화소통약자들과 함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사단법인 누구나’가,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는 스튜디오입니다.

오늘 함께 참여해 볼 프로그램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귀포 시니어예술학교 <그림은 뷰티풀 인생은 칼라풀>입니다.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 날이 좋을 땐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샘솟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창작공간 덕판배의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시니어 참여자들이 각자의 캔버스를 마주하고 그림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평생동안 남의 일인 줄 알았어요. 먹고 살기 바빴으니까. 우연한 기회에 시니어미술학교 정보를 듣고, ’무료라니깐 해보고 아닌 것 같으면 그만두지‘ 하고 지인과 함께 신청해서 왔는데. 너무 재밌는거야. 내가 생각보다 잘하는 것 같고 하하. 처음엔 어려웠지만 예쁘지 않은 그림이어도 내가 생각한 그림을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렵사리해서 완성해 놓고 보니 또 나름대로 예쁘고 뿌듯해요(시니어창작자 오화자님)’

‘어릴 때 미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환쟁이는 멸시의 대상이었어요. 어려운 시절인데 밥벌어 먹기 힘들다고 부모님도 절대 반대하시고.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건축도면설계를 배워 건축설계사로 평생을 일했어요. 가족들을 먹여야하니까 다른 생각은 안하고 살았지요. 그리고는 나이가 들고 나서 은퇴하고 나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노인이 되어버렸고,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데 생활반경 내 에서는 노인을 위한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시니어예술학교가 집 인근에 있어 참여했다가 이렇게 옛날부터 원하던 활동들을 하게 되어 너무 즐겁습니다.(시니어창작자 박한석님)’

삶을 열심히 일구어 온 시니어 참가자들은 모두 각자의 일을 하며 짬을 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이 아주 기다려지는 특별한 일상이라고 합니다.

시니어 예술학교 <그림은 뷰티풀, 인생은 칼라풀>은, 미술워크숍과 자유로운 미술창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월 1-2회, 다른 예술장르의 워크숍 또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예, 동양화 등 여러 장르의 미술워크숍과 사진, 문학, 무용, 음악, 등의 예술체험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진이나 문학수업은 할 만했는데, 무용은 망설여졌었어요. 해본 적도 없었고. 몸매도 근사하고 춤도 잘추는 무용가선생님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이 많이 먹은 내가 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워크숍에 참여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 몸동작만으로도 무용이 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동안 너무 선입견이 있어서 시도 못한 것들이 많았구나 생각했어요.(시니어창작자 오진희님)’

(무용워크숍-움직임)

(사진워크숍-출사여행)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가족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이제 다 분가해서 따로 사는 자식들한테도 그림사진을 보내주면 다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고 멋지다고 응원해주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올해는 특히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조심스러워지면서 휴강이 길어질 때도 있었지만 배포받은 재료를 가지고 각자의 집에서도 그림작업을 하고 그간 해온 글쓰기나 사진작품들을 보면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다는 참여자의 리뷰도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연말의 작품전시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늦가을인 11월, 시민의 삶이 녹아든 제주의 풍경들을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그림은 뷰티풀 인생은 칼라풀> 전시회에 온다면, 그간 해온 예술체험활동의 과정과 시니어창작자들의 전시안내와 작품소개와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약 한 해동안 진행된 평화롭고 즐거웠던 예술창작의 시간만큼, 전시 또한 쌀쌀한 가을날의 포근한 시간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작성자. 오진희(2021시니어미술학교 참가자)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오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