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읽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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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년차.

2021년 4월 28일 새벽.

그 날은 잃어버린 나의 꿈을 찾아야겠다고 작정한 날이었다.

제주도내 연극교실 검색에 들어갔다. 제주는 정말이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정작 내가 원하는 연극프로그램은 눈에 띄지않아

몇 시간동안 온라인 공간을 헤메야했다.

그렇게 지쳐갈 무렵 습관처럼 자주 찾는 카페에 접속했다.

오모낫!!!!!

간절함의 결과였던가.

아래 포스터가 떡 하니 올라와 있었다.

어렵게.
난.
햄릿읽기 멤버로 선발이 되었다!!!!!!

​며칠 후 햄릿 책이 배송되었고,
대망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시국.
줌수업.
영상으로하는 수업은 어떨까?
궁금하면서도 설레이면서도 아직은 낯설은 마음으로
인생 첫 줌수업. 데뷔전이었다.

각자 다양한 삶을 꾸려왔을 멤버들.
햄릿읽기와 토론에 정말 다들 열심히셨다.
유명한 희곡이란 것만 알았지, 정작 햄릿을 처음 읽어보는 나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매주 수업을 마친 후 소감나누기.
참으로 열정가득한 이들의 모임이다.
일일이 발췌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리딩과 분석.
소감을 공유하며.
오프라인 수업 못지않게.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는 수업이 만들어져갔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이젠 화요일 오전에 나를 방해하는 스케쥴을 완벽히 차단한다.
부득이한 경우.
줌수업의 장점을 살려.
공간이동을 하며 참여했다.
얼마만에 발산하는 열정이던가!
셀프칭찬을 해본다.

햄릿읽기2

​공연 관람을 기점으로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사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음에도 처음으로 화면 밖에서 만난 설레임과 반가움은 같은 분야에 관심있는 이들끼리의 통함이라고나 해야할까?

수업 막바지로 접어들며 독백대사를 선정해야했다.
소극장 무대에서 발표를 한단다.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박박사3 역할 이후 첫 무대이다.
폴로니우스가 아들 레어티즈에게 전하는 말을 골랐다.
고백하건데
결혼 10년 차, 두 아이의 엄마,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나는
40대로 접어들며.
인생전반을 뒤흔들만한
물음표들이 한꺼 번에 밀려왔었다.
그 질문의 끝에 제주에 살고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햄릿읽기를 참여하게 되었고,
폴로니우스의 대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나답게 살고싶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여전히 수많은 물음표를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움직여가며 마침표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선택하려면 나다움을 잃어버려야하는 모순투성이 삶이다.
그럼에도 독백을 위해 선택한 대사는 앞으로의 삶에서 나다운 삶과 바람직한 삶이 대립될 때 중용의 미를 안겨줄 것이다.

독백 발표전 날,
방학이라 아이들을 할머니댁으로 보내놓고
게스트하우스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시원했던 루프탑에서 맥주와 함께
독백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대망의 발표 날.
채플린 소극장 앞.
마음상태는 기대와 설레임과 들뜸이었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는 것.
그냥 그것 하나로 하루가 신난 날이다.
​독백이 끝나고 인터뷰 시간.
돌아보니 너무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신 멤버분들 덕에
평소보다 두 배나 들떠있었나 보다.
'속마음을 입밖으로 뱉어내지 말 것이며. . '
인생지침으로 삼겠다고 선택한 독백대사 였건만.
에잇. 그래도 그만큼 특별한 날이었으니.
속마음을 마구마구 뱉어냈다.
나답게.
그리고 그날 저녁.
잃어버린 꿈을 이뤄낸 기념으로 홀로 칵테일 파티를 열었다.
짧았지만 소극장 무대에 배우로 서 보았던 날.
그 시간 함께 한 분들, 아쉽지만 함께 하지 못한 분들.
우리 모두 햄릿읽기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즐거웠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통했던 만남.
운영해주신 분, 지도해주신 분, 지원해주신 기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김홍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