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서 문화역사를 논한다는 건 무의미하다. 직접 밟아보고 찾아보고 돌아다니며 옛 기록과 현재 모습을 비교도 해보고...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럿이면 즐거운 문화예술교육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자연사랑미술관에서 올해 2021년은 “제주 옛 성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허물어지거나 복원되고 사라진 옛 성터를 옛문헌을 공부하고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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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성이 12개라는 사실을 이 교육이 아니었음 어찌 알았을까? 3개의 현성과 9개의 진성을 돌아다니며 척박한 땅에서 수많은 외침과 생존을 위해 버티어나갔던 선조들의 노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전체적인 제주읍성의 모형과 제주의 옛터의 모습들과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화북진성은 제주도기념물 제56호로 조선시대 내륙을 잇는 항로이자 해상관문인 화북포를 끼고있어 사람과 물자가 수시로 드나는 곳이었다. 숙종4년(1678년)에 목사 최관이 화북진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다. 화북진성이 만들어진 건 화북이 제주성과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중요한 곳이었음에도 그동안 성이 없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화북진은 조천진, 애월진과 함께 해안성으로 제주 성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유적이다. <출처 : 제주환경일보>

조천진성도 화북진성과 비슷하게 해안쪽에 있어 왜구의 침입이 참 많았을거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서 나타나는 적들을 살피며 긴장을 풀지못했을 선조들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구좌읍 하도리에 위치한 별방진성은 꽤 유명한 곳이었다. 예전에도 지나가본 적이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번에 돌면서도 내게는 그리 와닿지않았다. 일단 하도라는 예쁜 글씨가 눈에 띄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사진을 찍을 만한 포토스페이스정도? 한바퀴를 돌면서 제주도에 있는 성곽들 중 비교적 성벽이 많이 남아있다 하는데 무지한 내 눈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성산읍 수산리에 위치한 수산진성은 수산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있어 코로나로 인해 학교방문이 애매했다. 수산진성은 세종21(서기1439)년에 축성되었으며, 이 성은 안무사 한승순의 건의에 의해 둘레 약 350m, 높이 약 5m 규모로 9개 진성 중 가장 먼저 축성됐다고 한다.

수산진성을 한바퀴 돌면서 기억에 남는 곳은 ‘진안할망당’이었다. 성을 축조할 때 돌담이 자주 무너져 내려 사람들이 죽고 다치자, 13세 어린 소녀를 재물로 바쳐 상담과 함께 묻자 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소녀의 영혼을 달래기위해 설치한 당이 바로 ‘진안할망당’이다. 아직도 누군가의 흔적이 느껴지는 당에서 유래를 들으며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제주에 들어올 때에도 신들이 자리를 비우는 구간동안 이사를 한다해서 나또한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왔었다. 1월 하순 정도로 엄청나게 추운 시기라 호되게 이사를 해서 다시는 그 기간에 이사하고픈 맘이 없지만 괜히 알게되니 맘이 걸리기도 한다. 제주에 살면서 제주신화를 접하며 알아갈수록 대한민국에서도 또다른 나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색적인 색채를 띄우는... 그래서 제주이민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서쪽으로 대정현성, 모슬진성, 명월진성, 애월진성, 항파두성까지 여러곳들을 돌아다녔다.
제주도 한바퀴를 돌며 제주의 옛 성들을 다 찾아본 교육이었다. 한번도 빠지지않고 출석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제주도의 옛 성을 돌아보며 기후로도 살기 힘들었을 제주도가 외부의 침략으로 인해 더욱더 힘든 삶을 살아왔음에 마음이 아팠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에 감사하고 제주를 알릴 수 있고 문화를 알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사랑갤러리에서 제주의 돌, 성에 관한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무관심하게 보고 지나쳤던 제주의 성들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수업을 통해서 제주에는 고려때부터 동쪽과 서쪽해안에 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애월진, 명월진, 수산진 등등...
이 성들이 만들어진 이유나 외부로부터의 제주를 지키려했던 선조들의 노력이 엿보이고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 옛성을 찾아서 교육생 고창주 선생님 말씀)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과의 인연도 내가 제주를 들어온 기간과 거의 흡사하다. 2018년 “울담, 밭담, 산담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이어진 제주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울담이 뭔지, 밭담, 산담이 뭔지도 몰랐던 제주초보도민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데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9년 “돌의 나라 제주 섬 &#8211; 돌담”, 2020년 “돌닮 삶담 &#8211; 돌을 닮고 삶을 담는다”로 점점 더 제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되새기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도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은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곳이다. 30여년동안 지역언론계에서 사진기자로 일해오신 서재철 관장님께서 이끌어오는 제주를 빛내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1년 제주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제주 옛 성을 찾아서”는 대부분 허물어 없어져 그 흔적만 남아있거나 복원된 성들을 찾아보며 외침이 많았던 옛 제주섬을 어떻게 지켜왔고, 옛 선조들의 지혜와 제주사람들의 기질과 예술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이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