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드리네 <감나무이야기>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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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디 모다들엉’ 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다 같이, 함께 모여”라는 뜻의 제주어입니다.

물드리네에 ‘감나무이야기’ 취재를 끝내며 떠오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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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계속 연기되던 ‘감나무이야기’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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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드리네는 한경면 낙산리의 조용한 마을 안에 위치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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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이 좁아서 밖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데 멀리서 보이는 ‘물드리네’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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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두 오셔서 오늘 하루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첫 번째 활동은 몸풀기입니다.
허지영 선생님의 진행으로 몸의 긴장을 푸는 시간입니다.
저도 슬쩍 따라 해봤는데 저절로 “아고고!” 소리가 나오네요.

몸풀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서 마음에 드는 물건 5가지를 갖고 오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챙기셨네요! 중간중간 김미선 선생님의 식물 강의도 펼쳐집니다. 꽃 이름 알려주기, 마당에 심은 채소 재배방법 소개하기 등등

이제 부터가 진짜 미션입니다.
갖고 온 물건들을 이용해 누가누가 제일 길게 만들까?

‘혼디 모다들엉’ 해야하는 과제입니다.
완성 된 작품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나면, 모든 물건은 있던 자리로 돌려 보내줍니다.
“인생은 높이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지만 결국은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1조의 스토리입니다.

미션 과제들이 훌륭한 작품이 되었어요.

회차마다 다양한 미션과 활동들이 있다고 하니 참여하시는 분들의 친밀감을 형성하는데는 최고입니다.

몸과 마음을 풀었으니 염색하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이 7회차 활동이라 전통 감물들이기는 이미 끝난 후여서 조금은 아쉬웠답니다.

오늘은 착즙해 놓은 감물을 이용해서 3가지 염색을 합니다.
감물을 희석하는 방법과 염색하는 방법을 설명으로 듣고 마당으로 나갈거예요.
참여하시는 분의 노트를 살짝 보게 되었는데 각자의 개성과 열정이 노트에 빼곡하게 담겨있습니다.

천연 염료는 색을 내기위해서 염료를 섞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염색을 끝낸 후에 다시 염색을 해서 색이나 무늬를 낸다고 합니다.
염색후에는 원단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후처리(찹쌀풀)를 해서 코팅을 해주면 줄어드는 현상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먹물 염색 후에 감물 염색을 하면 감물이 코팅 역할을 해준다고 하네요.

염색은 2인 1조로 진행이 됩니다.

감물을 망에 부어 찌꺼기를 제거하고 감물: 물=1:1 비율로 넣어서 희석시켜줍니다.
감물 들이는 천을 한사람은 펼쳐서 잡아주고 한 사람은 감물에 적셔가면서 골고루 감물이 스며들도록 주물러가며 염색합니다.
감물들인 천을 펼쳐서 널 때는 둘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양쪽에서 천을 잡고 ”찐지짠지“ 하며 잘 펼쳐준 후 바닥에 내려놓고 말려줍니다.

두 번째는 스카프 염색이에요. 오늘 감물을 들인 스카프는 다음 시간에 쪽물을 들여 무늬를 만들거라고합니다.

세 번째 염색은 먹물 염색한 천에 다시 감물을 들이는 과정입니다.
먹물 염색한 천은 집에서 먹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힘들게 빨아서 말려오신 거랍니다. 그러지 않으면 감물 염색할 때 검은 물이 나온다고 하네요.
다음주에는 이 천을 가지고 할망이불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뒷 정리를 하는 동안 장선자 선생님의 막간 염색 강의를 듣습니다. 아이들 옷에 감물을 들여주거나 색이 바래거나 오래된 옷들도 감물 염색을 해서 입으면 피부에도 좋고 옷을 버리지 않아도 되니 꼭 해보라고 권해주시네요. 단, 원단이 천연 소재인 것만 가능합니다.

염색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어요.
감나무이야기에서 만나 친해진 분들이 서로 아이 용품 나눔을 하고 계시네요.
모자 구입에 대한 정보도 오고갑니다. 제주에서 모자를 사려면 끈 달린 모자가 필수라서 아예 끈을 만들어 다신 분도 계시네요.

휴식 시간이 끝나고 마무리 활동 시간입니다.
오늘 염색한 천들은 집으로 가져가서 말려와야 합니다.
바싹마르면 물에 담갔다 꺼내거나 스프레이로 물을 적셔준 후 다시 말려야 한답니다. 이 과정은 색이 나도록 하는 과정이라 중요한데 축축한 상태로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네요.
감물 염색은 햇빛이 강하고, 습도가 높고, 온도가 높을수록 발색이 잘 된다고 합니다.

마무리 활동은 제주어 시를 읽으며 제주어와 제주 사람의 생활과 삶, 역사를 얘기해주는 시간입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고 헤어질 시간입니다.
염색한 천들을 접어서 가져 갈 때도 자연스럽게 둘씩 같이 앉아서 접고 있네요.
다음주에 할망 이불 만드는 걸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몬딱 모다들엉’ 염색하는 모습을 본 오늘 하루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날입니다.

‘감나무이야기’에 참여하는 분은 15명이라고 합니다. 40대~60대 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이주민이 60% 정도 된다고 하네요. 제주에서 60년이 넘게 살았지만 감물 염색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분도, 한경면이 고향인데 제주시에 나가서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들어와 살 준비를 하고 계시다는 분도 계셨어요. 제주 이주 2년 차부터 9년이 넘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감나무이야기’ 같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적응하기가 쉬워졌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감나무이야기’에 참여하면서 염색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림을 그리고, 발표를 하고 나를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져서 좋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감나무이야기’에 참여하고 계시지만 공통점은 함께해서 ‘즐겁다’ 였습니다.
할망이불 완성품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저에게 ‘마당전시’에 오세요라고 얘기해주는 분도 계시네요.

감물염색은 감을 따는 과정부터 물들이는 과정까지 혼자서는 힘든 작업이었어요. ”결과 보다는 과정을 즐기세요“라는 선생님의 얘기처럼 감물 염색을 하는 동안은 합이 척척 맞는 짝이더라고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는 감물들이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동네에서 풋감을 따서 감물들이는 날은 동네 아주머니며 아이들까지도 다 모여서 어울렸던 기억이 나네요. 물드리네의 감물들이는 모습이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간식도 싸 와서 서로 나눠 먹으며 수다 떠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이들 얘기도 하고 살림 정보도 공유하는 모습이 따뜻해보이는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마당전시’까지 다 같이 과정을 즐기며 ‘감나무이야기’ 마무리하길 바랄게요!

기사 작성자 : 바느질 기자단 김소영